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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빙의글/민윤기/슈가/민윤기 빙의글] 크리스마스 기적은, 지랄

크리스마스 기적은, 지랄

"오늘이 그날이네"

"그러게..."

정말 오늘이다. 하필 날도 크리스마스네.

신도 애석하시지, 나에게 왜 이런 고통을 주실까.

나도 잘 알고 있다.

이번 수술은 성공하기 어렵다는걸. 그래도 마지막 희망 아닌가.

그때 민윤기가 옆에서 콜록거렸다.

"내가 약 먹으라고 했잖아."

"... 남이사"

"그래도 감기는 잘 안 떨어지잖아"

"너 걱정이나 해."

민윤기는 수술 때문에 밀어버린 샤프심 같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아무 소리 없이 내 볼에 입맞춤을 해주었다.

"잘 될 거야. 이번이 마지막 수술이라고 하잖아"

"풉, 너 나 지금 걱정해 주는 거야?"

​"남자친구 역할은 해야지"

민윤기는 시익 웃었다.

그러나 그의 눈은 웃고 있는 입과는 반대되게 너무나도 슬퍼 보였다.

난 주먹을 꽉 잡고 있는 민윤기의 손을 슬며시 잡았다.

"윤기야. 크리스마스 기적 믿어?"

"..."

"난 믿어.

우리도 크리스마스 때 만났잖아. 기적같이"

"........사랑해..."

민윤기는 날 안아주었다.

어깨가 조금씩 젖어지는 것을 느꼈다.

내 눈물은 아니었다. 민윤기의 눈물이었다.

평소 눈물이라면 질색을 하는 민윤기가 울고 있다.

내 어깨가 더 젖을수록 그는 날 더 깊게 안아주었다.

그리고 속삭였다.

"사랑해... 사랑해..."

민윤기의 목소리가 떨려 옴을 느꼈다.

평소에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민윤기의 모습이었다.

민윤기도 알고 있는 거겠지. 오늘이 마지막 수술이 될 수도 있지만 마지막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걸.

그가 더 끌어안을수록 나도 그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두 눈을 꼭 감고 그를 꽉 안아주었다.

비록 지금은 머리도 감자 머리에다 환자복을 입고 있었지만

마음만큼은 무도회장에서 황홀한 밤을 보내고 있는 주인공 같았다.

"슬플 때는 목 놓아 울어도 돼"

난 그의 어깨를 토닥이면 말했다.

평소 그가 나에게 해줬던 말인데, 오늘은 내가 하고 있다.

막상 나는 울지 않았다. 아니, 울지 못 했다.

눈물이 흘렀지만 괜히 우는 척을 하지 않았다.

내가 울면 민윤기가 더 슬퍼할까 봐 울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늘은 우리의 슬픔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소복한 눈을 뿌리기 시작했다.

차라리 비를 내려주지, 꼴에 크리스마스라고 눈을 뿌려주네.

***

"죄송합니다... 최선을 다 해보았지만..."

"..."

"죄송합니다..."

오랜 수술시간을 불안한 마음으로 버티고 크리스마스 기적을 마음속에 새기며 버텼지만

결국 의사에게 들었던 말은 '죄송합니다' 였다.

허탈했다. 허탈해서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기적이라며..."

"예...?"

"기적은 지랄... 이렇게 가면 난 어떡하라고..."

눈물이 미친 듯이 흘러나왔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희망이 사라지니 앞이 깜깜해졌다.

의사가 앞에서 알짱거려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가 사라졌으니 무슨 소용이라도 있는가.

그때 수술실 자동문이 열리고 하얀 천을 뒤집어쓴 그녀가 보였다.

그녀의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날 막는 의사를 뒤로하고 바로 그녀에게 달려갔다.

설마 그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얀 천을 걷었다.

하얀 천 아래에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잠을 자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편안하게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전처럼 머리도 길지 않았고 예쁜 색조 화장을 하고 있지도 않았지만 내 눈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한 천사 같았다.

너무나도 예뻐서 할 말을 잃게 만드는 그런 천사 말이다.

무릎을 꿇고 그녀를 껴안고 울었다.

참으려고 했지만 결국 흐르고 말았다.

그녀의 몸은 차갑고 약 냄새가 풍겨왔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슬플 때는 목 놓아 울어도 돼'

그녀의 목소리가 귀에서 들려왔다.

난 고개를 들어 눈을 감고 있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고 눈에서 투명한 액체가 떨어졌다.

그녀의 모습은 마치 울고 있는 날 위로라도 하는듯하였다.

난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싱긋 웃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난 평생 잊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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