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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빙의글/전정국/민윤기/김석진/박지민/스릴러] 동물들의 노예 - pro.




춥고, 어둡고, 짜증나고, 힘들다.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콧바람을 불면 뜯어질 것만 같은 반팔을 입고, 의류 수거함에서 겨우겨우 찾아낸 내 보물 1호인 구멍 난 바람막이를 걸쳤다.


바지 또한 말할 것도 없이 너덜너덜하였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면 비웃음을 흘릴 옷이지만 그래도 날 조금이라도 도와주는 너무나도 고마운 존재들이다.


젠장, 운동화 밑창이 또 떨어졌다.


많이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이놈의 밑창은 왜 이렇게 빨리 닳는지.


아무리 본드로 붙이고 또 붙여도 다시금 떨어지는 운동화 밑창을 질질 끌고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왔다.




윽, 배를 울리는 통증이 느껴진다.


아까 쓰레기통에서 찾아 먹은 치즈 케이크가 상한 것인지 복통은 나의 신경을 계속해서 건드렸다.


약도 없는데…. 후미진 골목을 밝게 밝히는 약국의 전광판이 보이지만 길거리를 전전하는 나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물론 약 살 돈도 없지만 말이다.




빳빳한 세종대왕을 손에 쥐어본 지 어느덧 2개월이나 지났는데 약 살 돈이 어디 있다고.


약 살 돈이 있다면 차라리 푸짐한 라면 한 그릇을 먹고 말 것이다.


풉… 배가 아픈 와중에도 무엇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니, 가끔 생각하지만 이런 나 자신이 불쌍해 보인다.





난 지금 이름도 알 수 없는 골목에서 통증을 호소하며 골목 안을 걸어가고 있다.


쓰레기 냄새가 진동하지만, 이곳은 포근한 나의 집. 고작 신문지 몇 장이 깔렸고 다 떨어진 담요가 날 덮어주는 누추한 잠자리지만 푸근하고 따뜻한 나의 집이다.


난 술병을 들고 잠을 청하는 노숙자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누웠다.


그들도 이러한 내가 익숙해진 것인지 눈길 하나 주지 않고 코를 골며 잠을 청했다.



‘요리사 빅 초이스 이번에도 대박 나…’



오늘 가지고 온 신문지로 베개를 만들다 나도 모르게 신문을 읽었다.


신문지 안에는 매끈하게 잘생긴 얼굴을 가진 사람들 4명이 깔끔한 요리사 복을 입은 채로 먹음직스러운 요리를 들고 양껏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애석하게도 나의 시선은 잘생긴 남자들이 아닌 그들이 들고 있는 음식으로 향했지만 말이다.


죄다 생전 처음 보는 음식들이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라면도 사치스러운 음식이다.




이런 음식들은 꿈조차 꿀 수 없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나와 달리 요리도 잘하는데 신문에 나올 정도로 돈도 잘 버니…


그야말로 일거양득다.



이들은 내가 사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이다.



사회 구성원에서 버려진 나와는 다른 사람….



착잡하게도 이미 깎일대로 깎인 뭉툭한 마음의 모서리는 더 이상 날 아프게 하지 않았다.


원래 그러듯이 아무렇지 않게 넘기며 생각했다.


흥, 그냥 배도 아픈데 잊어버리자.


음식 사진들을 보니 배도 고파오는데… 암, 배 아플 때는 그냥 자는 거야.






***






간신히 복통을 잠재우고 잠들었는데 누군가 계속해서 날 툭툭 친다.


그 덕분에 통증은 다시 나의 신경을 건드렸고 오랜 통증 때문인지 덩달아 머리도 아파왔다.


대체 누군데 날 깨우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슬슬 누군지 짐작이 가졌다.







“자는 척하지 말고 일어나시지, 김워니.”






남자의 목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익숙한 목소리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목소리도 아니다.


내가 끔찍이 혐오하고 싫어하는 목소리다.





눈을 뜨고 싶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정말 눈을 뜨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게 분명해 자꾸만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신문지 틈 사이로 살그머니 눈을 뜨니 익숙한 남자가 무표정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젠장, 불안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는다고 하던데 영 틀린 말은 아닌 모양이었다.



남자의 이름은 김남준.



곱상하게 생겼지만 무식한 남자다.


김남준은 나와는 상반되게 따뜻해 보이는 오리털 야상을 입고 목도리까지 하고 있었다.


따뜻하겠다….



남자는 내가 눈을 뜨자마자 욕을 읊조렸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내 뺨을 큰 손으로 때렸다.


고개가 반쯤 돌려져 노숙자들이 나열해놓은 술병이 보였다.


뺨이 얼얼하게 아파오고 머리도 징- 하고 울려댄다.


배도 아파 죽겠는데.


나란 년은 버림도 받았으면서 운도 더럽게 안 좋나 보다.



곱상한 외모와 다르게 힘이 센 김남준 덕분에 입안에는 피 맛이 살짝 돌았다.


아… 여자는 얼굴 맞는 거 아니라고 했는데 이놈은 때릴 때 항상 얼굴부터 때린다.


그는 내 헐렁한 티셔츠 덜미를 잡고 날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평소라면 그의 손을 뿌리쳤겠지만 저항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몸도 안 좋은 데다 저항해봤자 돌아오는 것은 그의 주먹질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잘도 도망가더라. 찾기 귀찮게.”





김남준이 짜증이 가득 묻은 어투로 말했다.


김남준은 반대편 뺨을 또 건드렸다.


짝, 하는 소리와 함께 뺨이 또다시 돌아갔다.


얼얼함과 함께 눈물이 고였지만 익숙함 덕분인지 이내 쑥 들어갔다.



욱, 하마 타면 오늘 먹은 치즈 케이크가 입 밖으로 나올 뻔 했다.


내가 어떻게 찾아 먹은 치즈케이큰데 이런 곳에서 뱉기에는 아깝다.


옆에서 자는 노숙자들은 얼마나 술을 마셨길래.


분명 소리를 들었을 거면서 인기척 하나 안 내고 두 다리 뻗고 자는 척을 하고 있다.


장담하건대 저 아저씨들 지금 엮이기 싫어서 저러는 것이다.


이미 당할 대로 당해본 이들이기 때문이다.



돌아간 고개를 돌려 김남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에게 환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럼 또 그 잘난 친구들 데려와서 때리던지.”





김남준은 내 말을 듣고서 어이없다는 듯 묘한 탄식을 터뜨렸다.


그런 그의 탄식은 날 더욱더 짜증나게 했다.


이런 거지생활 하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손찌검까지 당하고, 이런 수치감을 느껴야 하는지.


처음에 폭력을 당할 때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물론 그 이유는 지금까지도 알아내지 못했다.


하루는 도저히 답을 찾지 못하여 그들에게 물어보았다.


왜 내가 이유 없이 고통스러워야 하는지 말이다.


나에 대한 그들의 대답은,


“심심하니까” 였다.







난 지금 사회에서 버림받는 한 볼품없는 여자라는 이유로 김남준에게, 아니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다.




“허업- 웁… 우웨에에에에엑-“




계속되는 김남준의 구타에 의해 결국 아까운 치즈케이크를 쏟아내 버렸다.


개워낼 것이 치즈케이크밖에 없어 많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너무나 아까운 음식들이었다.


위액이 목을 따끔거리게끔 하였다.


온몸이 욱신거리고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함이 몰려온다.


이미 입술 옆은 터져 피가 맺혀있었고 며칠간 감지 못한 머리는 산발인 데다 골절이 의심될 정도로 뼈가 저려왔다.


얼굴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미 얼룩덜룩 멍이 들었을 것이다.


어이, 아저씨들… 소리 듣고 깼으면 좀 도와달라고요.


눈치만 보시지 말고.


아까 술주정을 할 때는 언제고 꿈나라에 가셨데….


신나게 구타를 당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주저앉기 보다는 쓰러졌다.



김남준은 마치 나의 모습을 조롱하듯이 또 도망가라고 말하였지만 난 고개를 푹 숙이고 미친개가 짓거리는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김남준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뻐끔뻐끔 피우며 죄 없는 날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기분 더럽지? 아무 이유 없이 처맞으니깐.”


김남준이 연기를 내뿜어내며 피식 웃었다.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현재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저 담배 피우는 미친놈이 하고 있다.


하 참, 애새끼.


나이도 나보다 한참 많아 보이고 옷 입은 것 보면 나쁜 환경에서 사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집에 박혀서 공부나 하고 있지.


누가 날 괴롭히라고 시켰는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김남준의 모습이 참 얄밉다.


집 사정만 나쁘게 변하지 않았으면… 이란 생각을 잠시 했지만 해봤자 시간 낭비다.


난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려 담배를 펴대는 그를 쳐다보았다.


그런 나의 모습을 바라보던 김남준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넌 그냥 죽는 게 답인 것 같다.”



퀴퀴한 담배 냄새가 폭행으로 인해 가빠진 숨통을 더 조이는듯하였다.


허무하고 허탈했다.


짜증 난다는 생각을 한 것 자체가 머리를 아프게 하였다.


김남준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 날 가지고 놀았는지 머리에 침을 뱉고 등을 보였다.


마음은 그의 머리를 세게 때리고 싶었지만, 몸이 원하는 데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렇게 김남준은 유유히 골목을 나갔다.





김남준이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자는 줄 알았던 노숙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와주었다.


감사하지만, 타이밍이 너무 안맞네요 아저씨들.


바닥에서 일으켜주는 팔에 의지한 채로 몸을 세우자 김남준이 남긴 폭행의 자국들이 날 따갑게 만들었다.


분명 온몸에 든 상처와 멍 때문에 따가움이 느껴지는 것임에도 왜일까, 타들어 가는 속보다는 아프지 않았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먼지 묻은 엉덩이를 탈탈 떨고 뒤늦게 날 걱정하는 아저씨들에게 괜찮다는 표시를 해보였다.





난 김남준이 사라진 방향이 아닌 반대쪽을 향해 밑창이 다 떨어진 운동화를 끌고서 조용히 걸어갔다.


골목은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환한 빛들로 가득해 내 눈을 부시게 한다.


그 불빛들 아래 깔끔하고 깨끗한 옷을 입고 다니는 저 사람들. 몇 년 동안 꿈꾸고 상상하던 나의 모습들이다.


머리는 산발인 데다 옷차림은 꾀죄죄한 나의 모습을 보고서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물론 그들의 표정을 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좋은 의사는 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 사람들이 속닥거리는 것이 귀에 들리기 시작했다.


뭐, 그렇다고 그 사람들의 의사 표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찬란한 불빛 아래 이 곳과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여자.


김남준에게 맞아 떡이 된 얼굴과 너덜너덜한 누더기 같은 옷, 찢어진 운동화를 질질 끌며 절뚝거리고 있으니 누가 의심하지 않겠는가.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긴다.


길을 가다 옆을 바라보니 나와 같이 밑창이 죄다 떨어진 운동화를 신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나 말고도 이런 행색을 가지고 있나 궁금한 나머지 고개를 들자 우습게도 다름 아닌 거울에 비친 나 자신이었다.


나는 시선을 올리다 나라는 것을 자각하고 바로 고개를 숙였다.


거울을 본다면 좌절이란 파도가 날 먹어버릴까 봐….






난 정점 없이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나 걸었을까 한 2시간 정도 걸은 것 같다.


이젠 정말 다리에 힘이 들어오지 않는다.


눈물이 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직 나올 눈물이 있구나.


그렇게 울지 말자고 다짐해놓고선 아직까지 나올 눈물이 있는 거구나….


눈물이 나오는 순간 온몸에 힘이 풀려 낯설지 않은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그런지 길가에 다니는 사람도 없었고 덕분에 날이 선 냉막한 시선 또한 받지 않아도 된다.


여기가 누구의 집 앞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주저앉은 채 눈물을 흘렸다.


몸을 팔까? 장기매매라도 해볼까? 아니, 콱 죽어버릴까? 죽더라도 꼭 김남준 앞에서 혀를 물고 죽어버릴 것이다.



풉, 김워니 정신 차려. 그래 봤자 걔들은 눈도 깜박하지 않을 걸.


분명 통쾌한 미소를 띠고 있겠지.


나는 괜히 나를 두고 먼저 떠난 엄마 아빠를 탓했다.


차라리 엄마 아빠 곁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거기가… 여기보단 좋을 것 같기에.


난 건물 벽면에 쭈그려 앉아 고개를 푹 숙였다.


울 힘도 더는 없었고 생각할 힘도 없었다.


그냥 이렇게 앉아 있다가 아침이 되면 밑바닥에 고여 썩어 들어가기 일보직전인 살 의지를 가지고 다시 움직여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탈진한 상태로 잠을 청하였다.



***


“의뢰 신청도 다 받았고…. 어흐 추워, 오늘 날씨 장난 아니네.”




남자는 꼭두새벽에 손을 비비며 밖으로 나왔다.


날씨가 추운 탓인지 하얀 피부는 더욱더 하얗게 보였다.


그의 새빨간 입술에서 입김이 뭉게뭉게 나왔다.


그때 그의 눈에 띈 자신의 집 옆에서 쭈그려 앉아있는 한 여자.


여자는 죽은 것인지 자는 것인지 미동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는 요즘 시대에도 강남에 거지가 있었나? 라고 생각하며 여자를 바라보았다.


한참을 여자의 뒷통수만 바라보던 남자는 졸린 눈을 비비며 여자에게 다가갔다.




하필이면 왜 우리 집이야, 라고 생각하며 남자는 그의 집 앞에서 쪼그리고 있는 그녀를 발로 툭툭 쳤다.






“야, 여기서 자면 입 돌아가.” 남자는 짜증난다는 어투로 말했다.


그가 말하자마자 김워니는 고개를 번쩍 들어 그를 빤히 처다 보았다.


그녀는 몽롱한 의식을 붙든 채로 생각했다.


‘마지막 기회. 김워니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 김워니가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아저씨”, 김워니가 말했다.



꾀죄죄해 보이는 생판 초면인 여자가 자신에게 아저씨라고 말하는 것이 기분 나빴지만 일단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김워니는 잠자코 자신을 응시하는 남자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저 좀 살려주세요.”



초면인 여자가 자신에게 한 말은 다름 아닌 ‘저 좀 살려주세요.’


많이 들어보던 말이라 어색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익숙하게 여긴 상황과는 달라 약간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더러운 용모에 입술을 터져 있고 얼굴은 멍으로 물들어 있는 걸 보니… 누구에게 쫓기고 있는 건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차분한 모습인데….


남자는 그녀를 응시하다 순간적으로 눈을 크게 떴다.


그러다 이내 무슨 일이 있었느냐 듯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김워니는 자신을 향해 오묘한 표정을 짓는 남자를 보고선 어디서 많이 보았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그 생각은 이내 머릿속에서 바람이 날리듯 사라졌다.


김워니는 그런 그의 표정을 보고서 불안한 생각이 들었는지 말을 이었다.



“몸 팔게요, 하란 거 다 할게요…. 이렇게 보이지만 저 집안일도 잘해요.”



입이 멋대로 움직였다. 살기 위한 발악… 뭐 그런 건가?


힘들었던 일들이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김남준에게 수치스러운 일을 당한 것부터 ‘그’에게 그런 일을 당했던 것 까지….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오고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분명했다. 이건 마지막 기회이다.


이걸 놓치면 내가 몇 년 동안 붙잡고 있는 희망들이 사라질 것이다.


그에게 나의 마지막 희망을 걸겠다.


나는 그에게 살려달라고 빌었다.


날 빤히 바라보던 남자는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어 지민아. 형인데, 여자 안 데리고 와도 될 것 같다.

어… 여기 누가 신청하려고 우리 집 앞까지 와줬네.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직접 와서 봐, 정보야 뭐… 네가 하면 되는 거고.

그래, 괜히 힘 빼지 말고. 의뢰 많이 들어왔던데 그거부터 처리할 방법 생각해놔. 응 그래”



안 그래도 일할 사람을 찾고 있었는지 남자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여서 하던 일을 그만두라고 했다.


즉, 날 받아준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난 이제 이렇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물론 아직은 모르겠지만 내 망할 직감은 그렇다고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감당할 수 있겠어?”


추운 날씨 때문에 볼이 붉게 상기된 남자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김남준에게 맞은 상처들이 쓰라리고 나 또한 추위에 몸이 찢어질 것 같았지만 최대한 밝게 웃으며 네! 하고 그의 물음에 응답했다.


그 후 다행이라는 생각에 긴장이 풀려서일까 피로를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하, 몰라 어차피 죽일 건데.”


쓰러진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듣지 못하였으나 그날만큼은 무척이나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는 것만은 명백히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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